넷제로 자산운용사 연합, 회원사 대상 2050 탄소중립 목표 폐기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의 자회사인 자산운용 부문이 미국 내 운영을 중단하고, 한때 산업계를 대표하던 기후행동 그룹에서 탈퇴했다. 이는 미국 금융권에서 선도적이던 자산운용사들이 기후 이니셔티브에서 발을 빼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회사는 앞으로 영국과 유럽 고객을 담당하는 부문만이 ‘넷제로 자산운용사 연합(Net Zero Asset Managers, NZAM)’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 연합은 같은 날 성명에서 기존 헌장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세계 최대 운용사 중 하나인 스테이트스트리트는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JP모건 자산운용에 이어 미국 부문에서 NZAM을 떠났다. JP모건과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지난해 또 다른 기후 투자 연합체인 ‘클라이밋 액션 100+’에서도 탈퇴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공화당 주들의 소송 위협 이후 이어졌다. 이들 주는 금융회사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공모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산업 육성과 맞물려 논란이 됐다.

텍사스 등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 정부들은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뱅가드를 상대로 “친환경 정책을 위해 석탄 생산을 축소하도록 담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세 자산운용사가 NZAM과 클라이밋 액션 100+에 참여한 사실을 공모의 증거로 들었다. 다만 뱅가드는 2022년 소송 제기 이전에 이미 NZAM을 탈퇴했으며, CA100+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5월, 기관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이용해 기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경우 반독점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압박은 더욱 커졌다.

NZAM은 2020년 출범해 자산운용사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투자 전략을 조정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블랙록의 탈퇴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이번 주 수요일 새 기준을 공개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이번 변화가 “지속가능 투자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우리의 철학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며 “넷제로 목표 달성을 돕기 위한 전문성과 보고 역량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세계 주요 은행들이 속해 있던 또 다른 ‘기후 연합’이 올해 들어 미국·유럽·일본·캐나다의 핵심 회원사들이 이탈한 뒤 결국 해체됐다. 두 연합체는 모두 현 캐나다 총리이자 당시 유엔 기후특사였던 마크 카니(Mark Carney)의 후원 아래 출범했다.

한편 올해 미국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지난 6년 동안 중 처음으로 환경 관련 주주제안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뱅가드와 같은 대형 패시브(지수추종) 운용사들이 모든 환경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블랙록도 기후·자연자본 관련 안건 중 2% 미만만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연구원 크리스토프 에티엔은 “이 같은 변화는 자산운용사들이 실제로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는지 판단하려는 연금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악재”라며 “애초의 약속조차 법적 구속력이 없었는데, 이번 조치는 금융권의 탈탄소 연합 참여 의지를 한층 더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NZAM 측은 이번 변경이 큰 후퇴가 아니라며, 여전히 회원사들이 자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에 부합하는 투자 방향을 지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