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다
 
세계 최고 법원이 기후 변화의 “긴급하고 존재론적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 국가들을 상대로, 법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았던 국가들을 상대로 새로운 손해배상 소송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수요일, 각국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 협약과 국제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다. 15명 판사 전원 일치의 결정으로, 파리협정 등 기후 관련 조약상의 약속이 인권 및 환경법 체계 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분명히 했다. 각국이 의무 이행에 실패할 경우,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음을 확실히 한 것이다.
“국가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라고 재판소장 유지 이와사와가 헤이그에서 발표했다.
모든 정부 기관이 화석연료를 소비, 생산, 허가 혹은 보조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위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만약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위반한다면, 손해배상, 배상, 배출 중단 명령 등 법적 청구를 당할 수 있으며, 과학적으로 극한기상과 온실가스 배출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는 중국,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을 포함해 91개국과 단체가 1만장을 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ICJ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법 해석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사건은 바누아투 등 태평양 연안 소국들이 주도했고, 130개국이 지지했다. 학생 운동 캠페인의 비샬 프라사드 국장은 이번 판결을 “세계가 제대로 방향을 잡기 위한 나침반”으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각국 의회, 법정, 협상장 등에서 기후 책임을 묻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미권 부유국들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감축 불이행에 대한 실질 조치 없는 기존 UN 기후 협정만 엄격히 해석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들은 이제 배상 청구에서 더 높은 법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은 ICJ 관할권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ICJ는 과거 환경 손해에 대해 실제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다. 호주는 나우루의 인광석 채굴 소송에서 합의했고, 니카라과는 코스타리카 점령 사태로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ICJ 판결로 개발도상국들이 COP30(2025년 11월 브라질 개최) 등 기후 재정 협상에서 훨씬 강한 협상력과 법적 정당성을 가지게 됐다고 본다. 개발도상국들은 이젠 “외교가 통하지 않을 경우 법정에서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도 각국 정부에 더 강력한 기후정책 작성을 유도하고, 각국·지자체·대기업 상대 기후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급심의 해석 기준 역할도 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 채무 감면,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등의 명령 요구가 가능해진다.
이번 사건은 기후 목표가 초국경적 환경 오염과 인권 침해 방지라는 국제법의 엄격한 조항들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소국과 아프리카연합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나 개인은 1960년대 이후 누적 배출량의 법적 책임을 가해 기업·국가에 묻는 데 큰 벽을 느꼈다. ICJ의 의견이 있다 해도, 실제로 각국 배출량과 특정 피해 간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모리셔스 측 대표 필립 샌즈 국제법 전문가는 “이번 판결로 국제법 질서 안에서 환경보호가 비로소 나이를 먹게 됐다(성숙한 지위에 처음 올랐다)”고 평가했다.
■ 국제법상 주요 기후의무 관련 이정표
○ 1992년: UNFCCC(기후변화협약) 체결, “인위적 기후변화 위험 방지” 위해 온실가스 농도 안정화 약속
○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본격적 부여
○ 2015년: 파리협정, 지구 온도 1.5도(이상적), 2도(최대) 이내로 제한하기로 200개국 합의
○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에 법적 감축 명령 최초 판결
○ 2021년: 네덜란드 법원이 Shell에 2030년까지 45% 감축 명령(현재 항소 중)
○ 2024년 4월: ECHR, 스위스 정부의 기후대응 불충분이 인권침해임을 인정(국회는 수용 거부)
○ 2024년 5월: ITLOS, 온실가스를 해양오염으로 규정, 감축 의무 확인
○ 2024년 9월: ICC, 에코사이드(생태학살)를 국제범죄로 공식 제안
○ 2025년 7월: 미주인권재판소, 안정적 기후에 대한 인권 명확화 및 감축 의무 재확인
이렇듯, 이번 ICJ 의견서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책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각국의 구체적 감축·적응 조치가 국제법적 기준이 되었음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