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표가 석탄에 대한 보험 보장을 중단하려 했던 전임자의 입장을 버리다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의 신임 최고경영자가 시장 내 보험사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이전 경영진이 추진했던 화석연료 관련 보험 보장 축소 방침을 사실상 폐기했다.

패트릭 티어넌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로이즈는 석탄이나 기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산업에 대한 보험 인수 중단을 보험사들에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티어넌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수십 개의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석유·가스 기업에 적극적인 개발을 촉구했던 것과 시점을 같이한다. 실제로 미국의 11개 공화당 주 정부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석탄 공급을 제한하기 위해 담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티어넌은 “로이즈가 진출한 국가마다 각국 법과 정부가 설정한 에너지 정책을 존중한다”며, 시장이 정치적 논쟁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CEO로 취임했으며, 이는 2020년 전임 존 닐 CEO가 발표했던 석탄 화력발전소·광산, 오일샌드, 북극 신규 에너지 탐사 등에 대한 보험 및 투자 중단 계획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로이즈의 강점은 비정치적이라는 데 있으며, 불필요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지역적 불확실성이 클 때에도 안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로이즈는 경쟁법과 반독점법을 준수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런던 시티의 ‘안팎이 뒤집힌 건물’에 본부를 둔 로이즈는 50여 개 보험사와 수백 개 중개사가 모여 있는, 수 세기에 걸친 전문 보험·재보험 시장으로, 무역 차질부터 허리케인까지 다양한 리스크를 다룬다.

현재 로이즈의 사업 중 약 절반은 미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미국은 가장 큰 단일 시장이다. 트럼프의 2기 집권 이전에도 미국 내 일부 주 정부와 기업인들은 연기금 등 대형 투자기관의 화석연료 투자 철회 움직임을 반경쟁적이고 경제 성장에 제약이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티어넌은 올 5월 취임한 찰스 록스버러 의장과 함께 새 리더십 체제를 이끌고 있다. 록스버러 의장은 과거 영국의 주미대사를 지낸 카렌 피어스와 부부 사이로, 피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외교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다.

최근 몇 년간 로이즈와 글로벌 재보험 업계는 극단적 기후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등 위험 관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수익을 올려왔지만, 높은 수익성이 더 많은 자본을 불러들여 보험료가 올해 상반기 평균 3.5%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티어넌은 “시장 가격이 추가로 흔들리지 않도록 규율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로이즈의 결합비율(보험료 대비 손해율 및 비용 비율)은 9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에서 상승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로이즈의 세전 이익은 42억 파운드로, 전년 동기 49억 파운드보다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 총액은 140억 파운드에 달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기 다수가 억류되며 발생한 합의금도 포함됐다.

이 기사에 포함되었던 ‘카렌 피어스가 이번 달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만찬에 초청됐다’는 내용은 오류로 수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