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가 인공지능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생에너지 정책 공격이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인공지능(AI) 확산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 분석기관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Atlas Public Policy)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취소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규모는 186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8억 2,700만 달러와 비교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청정에너지 신규 투자 발표액도 약 15.8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세액공제, 보조금, 저리 대출 등 주요 재생에너지 지원책을 폐지했으며,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인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여기에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규제까지 겹치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부문을 훼손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한 에너지 정책 분석가는 “데이터센터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만큼 적합한 공급원이 없다”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 속에 올해에만 11개의 재생에너지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 풍력터빈 블레이드 제조사 TPI 컴포지트는 지난 8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미국 정부가 사실상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있다고 적시했다.
미 에너지부는 모든 형태의 안정적·저렴한 에너지원 활용을 통해 미국이 AI 경쟁과 산업 부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액공제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던 프로젝트들은 올해 7월 이후 착공 기준이 강화되면서, 지원이 종료되기 전에 서둘러 공사를 시작하려는 경쟁에 몰리고 있다.
특히 주택용 태양광은 올해 말 이후 세액공제 혜택이 완전히 사라질 예정으로,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2030년까지 설치 규모가 최대 4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CEO들은 세제 혜택 축소로 인해 투자자본과 인력이 빠져나가고, 전체 산업의 성장 동력이 꺾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주(州) 차원의 법안 중에서도 올해 발의된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의 3분의 1 이상이 보급을 어렵게 만드는 조항을 담았으나, 실제로 통과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이는 정당 간 갈등과 지역 차원의 재생에너지 지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허가 지연, 규제 강화로 프로젝트 일정이 늦어지고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내무장관은 최근 풍력·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공공토지뿐만 아니라 인프라를 공유하는 민간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블룸버그NEF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추가될 육상풍력 발전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50% 줄어든 30GW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데이터 기업 카이로스(Kayrros)의 위성 관측 결과에서도 트럼프 당선 이후 대규모 태양광 설치 속도가 하루 평균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금융 조달 위험도 커졌다. 덴마크의 오스테드(Ørsted)는 "재생에너지 부문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인식된 위험" 때문에 Sunrise Wind 프로젝트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히며, 긴급 자본 확충에 나섰다. 업계 대표들은 “허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융권이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프로젝트 추진 자체가 막히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부 장관은 재생에너지가 간헐적이라 전력망에 부담이 된다며 “기생적 존재”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 결과 37억 달러의 보조금이 삭감됐고, 8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이 취소됐거나 보류 중이다.
여기에 공급망 규제로 인해 태양광 패널 조달도 어려워지고 있다. 2024년 미국이 수입한 태양광 부품 130억 달러 상당은 중국 및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동남아 국가들에서 생산된 것으로, 새 법안은 이런 원자재 사용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배터리 저장 산업은 세액공제가 2036년까지 유지돼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있지만,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이다. BloombergNEF 전망치에 따르면, 배터리 저장 용량 증가는 당초 예상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