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G는 개정된 정책에 따라 엑손모빌과 카타르에너지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광고기업 인터퍼블릭(Interpublic, IPG)은 화석연료 홍보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내부 직원들의 증언이 제기됐다. 이들은 IPG가 사우디 아람코 브랜드 캠페인을 제안하고, 정책을 개정한 이후에는 다시 석유·가스 기업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IPG는 2022년 화석연료 기업과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듬해 정책을 완화하면서 엑손모빌과 카타르에너지 같은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당시 아람코 홍보 제안이 나왔던 시점에 IPG에서 근무했던 광고 전문가 두 명은 실명을 밝히길 원치 않으면서도, 그 일은 당시 내부 정책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직원은 화석연료 기업 관련 업무 수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떠났으며, 이러한 홍보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영업 허가권(social licence to operate)’을 연장하려는 전략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직 직원에 따르면, IPG는 정책을 교묘하게 표현해 기존 석유·가스 고객사와의 계약은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지난해 개정된 정책에는,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로비 활동만을 금지하며, 그 대상도 협회나 압력단체로 한정했다. 다만 신규 고객은 기후전환 계획을 평가해 심사하겠다고 명시했다.

이후 IPG는 그룹 내 미디어 대행사 UM을 통해 카타르 국영 가스 기업인 카타르에너지, 그리고 엑손모빌의 브랜드 에소(Esso)와의 신규 계약 사실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는 이메일이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확인됐다.

IPG는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기후 문제를 이유로 일부 계약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광고 대기업들은 임직원과 시민사회로부터 석유·가스·석탄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해 6월 모든 화석연료 광고 전면 금지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트럼프 재선 이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기조가 강화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기후 관련 공약은 한층 약화되는 분위기다.

IPG는 2022년 동종 업계에서 처음으로 신규 고객에게 논란이 되는 석유·가스 생산을 중단했는지, 또 에너지 전환 계획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를 물어본다고 발표했었다. 정책 발표 직전에는 수백 명의 직원이 CEO 필립 크라코프스키에게 서신을 보내 화석연료 고객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IPG 산하 광고사가 아람코 명성 강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실이 내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Well 7’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최초의 대규모 유전 발견을 상징적으로 차용한 것으로, 아람코의 이미지를 ‘미래에도 존속 가능한 기업’으로 재구성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문서에 따르면, 맥켄(McCann)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는 아람코가 원유 방어와 에너지 전환 수용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으며,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아람코가 기존의 ‘원유 중심 단일 브랜드’에서 다수의 하위 브랜드로 확장하는 전략을 제안하면서, 정부 관계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에게도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2019년 상장 이후 석유화학, 가스, 윤활유, 내연기관 등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및 재생에너지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올해만 최소 520억 달러 이상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자본 지출의 압도적 비중은 기존 자원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IPG는 사우디의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협력 관계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람코와 엑손모빌은 언론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카타르에너지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