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는 소변 색깔과 체중 감소를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WHO·WMO “기업들, 폭염 대응 위해 노동자 건강 관리 필수”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는 고용주들에게 폭염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 관리 계획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그 내용에는 화장실에 소변 색깔 차트를 부착해 노동자 스스로 탈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팔을 시원한 물에 담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체중 변화를 통해 수분 손실을 추적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돼 있다.
두 기구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정기적으로 열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40도, 심지어는 50도에 달하는 낮 기온이 점점 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권고안은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개정된 공식 지침으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의 폭염이 여러 지역에서 일상과 경제활동을 크게 위협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유럽에서는 올해 들어 산불 피해 면적이 사상 최대로 늘었고, 스페인은 일부 피해 지역을 곧 재난구역으로 선포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기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기도 했다. WHO의 루디거 크레흐 국장은 “마드리드 한복판에서 45도의 폭염 속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WHO와 WMO는 농업, 건설업 등 신체 활동이 많은 업종에서 열사병, 탈수, 장기적인 신장 손상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주들은 환기 장치, 냉방 시설, 기계 주변의 열 분산 시설, 혹은 근무시간을 상대적으로 시원한 시간대에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열 스트레스의 문제는 노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관들은 소변 색이 어두워질수록 탈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노동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WMO의 코 배럿 부사무총장은 “산업 현장에서의 열 스트레스는 이제 아열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사회 과제가 되었다”며, 최근 유럽의 폭염을 사례로 들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섭씨 20도를 넘을 때마다 노동 생산성은 1도당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열사병과 탈수가 문제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장 기능 저하와 신경계 질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열로 인해 호흡이 빨라질 경우, 대기 오염물질이나 먼지를 더 많이 흡수할 위험도 있다.
체온이 38도를 넘어가면 열탈진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철 야외에서 삽질을 하는 남성 건설 노동자의 경우 불과 1시간 만에 체온이 위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때 시간당 1.3리터 이상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서늘한 날의 3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열 스트레스에는 기온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습도, 기계에서 발생하는 방사열, 노동 자체로 인한 근육 활동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방수 기능이 강화된 보호복이나 특수 방호복을 입는 경우 땀 증발에 의한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겪은 고충도 대표적 사례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4억 명 이상이 과도한 열에 노출돼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약 2,300만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