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협정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실용적인 대체 소재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플라스틱 대체재 찾기 ‘난항’… 친환경 포장, 실현까지 먼 길
전 세계 생활용품 대기업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응해 다양한 대체 소재를 시험하고 있지만, 환경 친화성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포장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대체재는 기능이 떨어지거나, 분해가 잘 되지 않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쌀 껍질을 활용한 대체 플라스틱을 만드는 미국 플랜트스위치(PlantSwitch)의 CEO 딜런 백스터는 “착한 선택을 하고 싶어도,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쓸 만한 소재를 찾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목표와 현실의 간극
일부 기업들은 브랜드·컨설팅·지속가능경영 부서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포장재 목표를 세웠지만, 생산·공급망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실행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 UN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지만 재활용되는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체재 시장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효율성과 비용 면에서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상품은 드물다.
플랜트스위치는 쌀 껍질과 미생물이 합성한 바이오 폴리머를 섞어 빨대·용기·식기·접시를 만드는 수지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샐러드 볼은 월마트와 홀푸드 등에서 판매되며, 샐러드 키트 제조사 테일러 팜스와의 협업을 통해 공급된다. 그러나 일반 플라스틱 빨대가 개당 0.7센트인 데 비해 이 제품은 1.4센트로 두 배가량 비싸다.
규제와 소비자 압박
최근 제네바에서는 UN 주도의 플라스틱 오염 방지 협상이 3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90여 개국이 생산량 축소와 폐기물 관리·재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EU는 모든 포장을 재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포장 폐기물 지침’을 도입할 예정이며, 미국 일부 주는 제조사에 폐기물 처리 책임을 부과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다만 연방 차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로 인해 기업들의 친환경 목표가 다소 후퇴하는 분위기다.
소비자 역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컨설팅사 오라(Aura)의 7월 조사에서 북미·유럽 소비자 상당수는 포장이 친환경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해당 제품 구입을 꺼린다고 응답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은 “플라스틱은 인류와 지구 건강에 심각하면서도 과소평가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기업 사례와 한계
아마존은 에어백형 완충재 대신 재활용률과 분해성이 높은 종이 완충재를 공급하는 란팍(Ranpak)과 계약했다. 브라질의 맥도날드 최대 프랜차이즈 아르코스 도라도스는 이스라엘 UBQ 머티리얼즈가 생활 쓰레기(바나나 껍질 등)로 만든 재질을 트레이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 소재는 식품 안전 기준에 맞지 않아 종이·골판지 라이닝을 덧씌워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목표를 후퇴시키고 있으며, 가트너(Gartner)는 지속가능 포장 목표를 세운 조직의 75%가 이를 완화하고 법적 요건 충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카콜라는 재사용 가능 용기 25% 목표(2030년까지)에서 한발 물러났고, 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오히려 플라스틱 의존도가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완벽한 대체재’는 없다?
전문가들은 일부 ‘퇴비화 가능’ 제품도 실제로는 화학 성분이 섞여 있어 가정용 퇴비통에서는 분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제품 특성에 따라서는 플라스틱이 여전히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오이 포장에 사용하면 유통기한이 늘어나지만, 딸기·라즈베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세계 최대 판지박스 제조사 중 하나인 스머핏 웨스트록(Smurfit Westrock)은 재생·재활용 가능한 원료를 활용해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에 종이 멀티팩 홀더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반의 공통된 고민은 그대로다. 플라스틱은 강도와 경량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다수의 대체재보다 효율적이며, 소비자가 실제로 ‘마음에 들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스터 CEO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그 친환경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대량 보급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