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첫 6개월 동안 오염자들을 상대로 11건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30건과 비교된다.
연방 자료 분석 결과,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정부들에 비해 환경 규제 위반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감시단체 ‘환경청렴프로젝트(Environmental Integrity Project)’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2기 첫 6개월 동안 법무부는 주요 오염 기업이 핵심 환경법을 어겼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이 11건에 불과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첫 6개월 동안의 30건과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기간에 체결된 민사 합의 건수도 트럼프 행정부는 18건이었고, 바이든 행정부는 53건이었다. 이러한 합의는 대기업이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
환경 변호사와 전직 관리, 활동가들은 이 같은 집행 둔화로 일부 오염 기업이 책임을 피하게 됐고, 그 결과 지역사회가 유해 오염에 더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환경법 집행이 사실상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거대 오염 기업을 법정에서 끝까지 책임 묻지 않는 것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 젠 더건, 환경청렴프로젝트 사무총장
형사 vs. 민사, 그리고 집행 방식 변화
정부는 환경법을 두 가지 방식으로 집행한다. 기업이 고의로 법을 어겼음이 명백하면 형사 사건으로,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위반이 확인되면 민사 소송으로 진행한다.
더건 사무총장은 민사 소송이 오히려 더 큰 오염 감축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설비 고장이나 운영 중단 등으로 기업이 무심코 많은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한 경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분석은 민사 소송만을 추적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 ‘집행·준수 이력 온라인(Enforcement and Compliance History Online, ECHO)’을 기반으로 했다.
브리짓 허시 미 환경보호청(EPA)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집행이 줄었다는 평가를 부인하며, 형사 사건은 오히려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공유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염 기업을 상대로 66건의 형사 사건을 개시했으며, 바이든 정부 당시 같은 기간에는 60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를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EPA 대변인은 “미국의 재도약을 이끄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오염 기업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 경찰이 순찰을 멈춘 셈”
바이든 행정부 시절 EPA 집행국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울먼은 민사 사건 급감이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가 덜 보호된 채 방치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개시한 의미 있는 민사 사건은 단 두 건뿐이며, 이마저도 모두 바이든 정부에서 조사 개시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첫 사례: 인디애나주 이스트 시카고의 한 석유 정제공장이 시안화물과 수은 등을 인근 강으로 방류해 폐수 허가를 위반한 혐의
둘째 사례: 푸에르토리코의 의료기기 멸균 시설에서 발암물질 배출
인력감소와 우선순위 변화
민사 소송 감소의 한 원인으로 법무부 환경·천연자원국(Environment and Natural Resources Division, ENRD)의 인력 유출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약 120명이던 환경집행팀 변호사는 현재 80명 수준으로 줄었다. ‘유예 사직’ 조건을 받아들이고 조만간 떠날 인원도 더 있다.
하버드 로스쿨 앤드류 머겐 교수(전 ENRD 근무)는 “조직이 사실상 공동화됐다”며, 그 영향이 집행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순위 변화도 뚜렷하다.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루이지애나 라플라스에 있는 한 화학회사를 상대로 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 공장은 미국에서 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다고 평가된 지역사회 인근에서 발암 의심물질을 대량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바이든 정부가 제기한 소송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사건 취하 이유를 ‘연방 전역의 다양성·형평·포용(DEI) 정책 제거’라는 대통령 행정명령 이행 차원이라고 밝혔다. 라플라스 지역 주민 다수가 흑인이었다.
“에너지를 살리고 규제를 줄인다”
환경·천연자원국의 애덤 거스타프슨 대행 차관보는 “축소된 조직 구조에 맞춰, 모든 미국인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사안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국경 보호와 에너지 산업 활성화 같은 다른 우선순위도 언급했다.
민사 소송 감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빠른 속도로 환경 규제를 완화한 움직임 속 일부 사례일 뿐이다.
3월, 자동차 배출가스와 발전소 굴뚝 오염을 제한하는 규제 등 수십 건의 핵심 환경 규제 철회 발표
에너지 생산 위축이 예상되는 집행은 ‘임박한’ 위해가 없는 한 중단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는 핵심 과학적 판정 철회 계획 발표
EPA 리 젤딘 청장은 이러한 조치가 “차량 구매, 난방, 사업 운영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州)마다 다른 집행, 그러나 전반적 감소
EPA는 각 주 환경기관과 협력해 정유소, 화학공장, 기타 산업시설을 정기 점검한다.
경미한 위반이 발견되면 ‘민사 행정사건’으로 처리돼 합의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위반(예: 2023년 오하이오 이스트 팔레스타인 열차 탈선으로 인한 화학물질 유출) 시에는 법무부 ENRD로 사건이 넘어가 민사 소송이 제기되고 합의가 법원 명령으로 확정된다.
트럼프 2기 들어 민사 행정사건은 606건으로, 같은 시기 바이든 611건, 트럼프 1기 719건에서 모두 감소했다. 민사 사법사건의 감소 폭은 훨씬 크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수법(Clean Water Act) 관련 민사 소송을 2건만 제기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같은 기간 10건이었다.
“환경 사각지대 확대” vs “기업과의 협력”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가 과도한 처벌 중심 접근을 했다며 비판하고, 트럼프식 완화 기조를 지지한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완화가 산업 지역 인근 취약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고 경고한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강 인근 약 80마일 구간은 다수의 오염 시설이 몰려 있어 ‘암 골목(Cancer Alley)’으로 불린다.
현지 활동가 바버라 워싱턴은 “우리는 암 골목 한가운데 살고 있고, 오염에 대한 산업계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철강·석유화학·석탄·비료 공장 여러 곳이 집 근처에 있으며, 가족과 이웃 다수가 암을 앓거나 앓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