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의 한 구금 시설을 건설 중인 당국이, 바로 같은 장소에서 공항 건설을 둘러싼 과거의 분쟁 이후 수십 년 전 의무화된 환경 심사를 건너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악어 알카트라즈’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환경 논쟁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한 지역, 이른바 ‘올리게이터 알카트라즈(Alligator Alcatraz)’는 한때 전혀 다른 운명을 가질 뻔했다.
1960년대 이곳은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의 수 배에 달하는 규모, 6개의 활주로를 갖춘 초대형 초음속 여객기 전용 공항 부지로 계획됐다. 그러나 거대한 계획은 단 한 개의 활주로가 완성된 뒤 중단되었고, 해당 활주로는 이후 드물게 사용되는 훈련지가 됐다.
당시 공항 건설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벌어진 환경운동은 미국 환경정책의 흐름을 바꿨다. 그 결과, 대규모 연방 사업(공항, 송유관, 교량, 교도소 등)을 착수하기 전 환경적 영향을 반드시 평가하도록 하는 핵심 법률인 **전국환경정책법(NEPA)**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NEPA 약화 시도와 새 구치소 논란
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법을 크게 약화시키려는 강경한 조치를 발표했다. 공항이 들어서지 못한 그 옛 활주로 부지에, 이번엔 연방 이민 구금시설이 신속히 들어서며 새로운 갈등이 불거졌다.
플로리다 주는 단 8일 만에 해당 활주로 위에 이 시설을 건설했다. 현재 약 900명의 이민 구금자가 수용 중이며, 주정부는 조만간 수용 인원을 4천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 영향에 대한 공식적인 공청회나 심사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건물을 짓는 주체가 플로리다 주이므로 연방 환경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론 디산티스 주지사는 ‘이민 비상사태’를 이유로 주 차원의 환경 규제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환경단체 ‘프렌즈 오브 더 에버글레이즈(Friends of the Everglades)’를 비롯한 연합 단체들은 연방정부와 플로리다 주가 법적으로 의무화된 환경 검토를 회피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플로리다 남부지방법원은 지난주, 원고들의 주장을 듣기 위해 공사가 잠정 중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환경 위험과 법적 쟁점
환경 전문가들은 구금시설이 주변 습지 생태계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디젤 발전기 사용, 세탁·청소 폐수, 생활 폐기물 등이 인근으로 유출될 위험이 크며, 폭풍우로 인한 대규모 오염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주립대 미셸 L. 에드워즈 교수는 “이 시설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건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이런 관행이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학자들은 NEPA가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연방 정부가 해당 시설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연방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면 환경 검토 의무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주정부가 연방 법률 자체를 무력화시킬 권한은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현재가 맞물린 상징적 장소
1960년대 후반, 초음속 여객기 수요 급증에 맞춰 미국은 대서양 연안의 새로운 거점 공항 후보지를 찾았다. 인적이 드문 에버글레이즈는 소음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이상적 부지로 여겨졌다. 이곳에 고속철도와 6개 활주로를 갖춘 전례 없는 규모의 공항이 계획됐으나, 환경운동가 마조리 스톰런 더글라스가 강력히 반대하며 이를 막았다.
니xon 대통령 시절 발표된 환경영향 보고서에서는 이 공항이 “남부 플로리다 생태계를 필연적으로 파괴”할 것이라고 결론지었고, 결국 1970년 계획이 공식 백지화됐다. 같은 해, NEPA가 제정됐다.
다시 불붙은 논란의 의미
이번 구치소 건립 논쟁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NEPA 약화 시도와 이민자 구금 확대 정책이 교차하는 드문 사례다.
텍사스대 켈리 하라간 교수는 “에버글레이즈처럼 환경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지역에서 NEPA를 무시한다면, 향후 다른 모든 민감지구에도 똑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옛 활주로 부지는 이미 약 20에이커가 새로 포장되고 구조물이 세워져 과거보다 훨씬 확장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수용 인원이 더 늘어나면 결국 주변 습지를 매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미국 환경정책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 검토를 ‘시간 낭비’로 보는 시각과, 이를 환경 안전망의 핵심으로 여기는 시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