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저탄소 미래를 향한 접근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단순히 배출량을 상쇄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산화탄소를 아예 제거하고 이를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생산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은 이산화탄소를 공기에서 직접 포집하고, 광합성을 모방해 항공유를 만들며, 항공기 디자인을 혁신해 배출량을 줄이려는 스타트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올해 초, 시카고에 본사를 둔 유나이티드는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Heirloom'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는 CO₂를 격리 저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SAF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주 화요일 발표된 또 다른 계약에서는 유나이티드가 ‘산업형 광합성’을 통해 CO₂와 물로 SAF를 만드는 스타트업 ‘Twelve’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유나이티드는 차세대 블렌디드 윙 바디(Blended Wing Body) 항공기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 ‘JetZero’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최대 200대의 광동체 항공기를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유나이티드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기존 항공기에 비해 승객당 연료 소비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세 건의 투자는 유나이티드항공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유나이티드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CSO)인 로렌 라일리(Lauren Riley)는 회사의 탈탄소 전략을 총괄하며,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탄소 집약도를 50% 감축하는 중간 목표 달성을 추진 중이다. 이 목표는 과학기반감축목표(SBTi)에서 검증한 바 있으며, 그녀는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유나이티드항공벤처스(UAV)의 ‘지속가능항공펀드(Sustainable Flight Fund)’가 있다. 이 펀드는 유나이티드를 포함한 에어캐나다, 에어뉴질랜드, 보잉, 구글 등 22개 파트너가 함께 참여하는 2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이다. 유나이티드는 전체 자본의 3분의 1을 출자하며 투자 결정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하지만, 수익은 모든 파트너가 공유한다.
UAV의 대표이자 기업개발 책임자인 앤드루 창(Andrew Chang)은 “항공의 탈탄소화는 본질적으로 에너지 문제”라고 말한다.
Heirloom과의 협력은 바로 이 에너지 전략의 핵심에 있다. 이 스타트업은 석회암을 활용해 CO₂를 포집한다. 창에 따르면 이 기술은 값싸고 풍부한 재료를 기반으로 하며, 희귀한 촉매제를 사용하지 않아 상업적 확장성이 높다.
석회암은 본래 대기 중 CO₂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데, Heirloom은 이 자연 과정을 수일 안에 끝내도록 가속화한다. 회사는 분쇄한 석회암을 약 1,650°F(약 900°C)로 가열한 가마에서 가열하며, 이때 사용되는 전기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 이 열로 CO₂를 분리해 지하나 콘크리트에 저장하고, 남은 물질은 산화칼슘(CaO)이라는 화학 분말이 된다.
이 분말은 물과 반응시켜 수산화칼슘(Ca(OH)₂)으로 만든 뒤, 야외의 쟁반에 얇게 펼친다. 쟁반 위의 수산화칼슘은 오븐 속 쿠키처럼 부풀어 오르며 3일에 걸쳐 공기 중의 CO₂를 다시 흡수해 석회암으로 전환된다. 이 석회암은 다시 가마로 보내져 재사용된다.
Heirloom과의 협력이 특별한 이유는 다용도성이다. 포집된 CO₂는 지하에 영구 저장되어 탄소제거(CDR) 크레딧을 생성할 수도 있고, 전기를 이용한 ‘파워 투 리퀴드’ 방식의 SAF 생산에도 활용 가능하다. 유나이티드에게는 “오늘의 실질적 탄소제거”와 “미래의 SAF 원료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가 있는 셈이다.
창은 “SAF를 만들려면 CO₂, 수소,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이 세 가지의 상용화와 단가 인하가 가능해진다면, SAF 원료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의 지속가능항공펀드는 Heirloom으로부터 최대 50만 톤의 CO₂를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737 MAX 항공기가 약 3,300만 마일을 비행할 때 발생하는 CO₂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물론 SAF도 기존 항공유처럼 연소 시 CO₂를 배출하지만, SAF의 CO₂는 대기 중에서 얻은 것이고, 기존 항공유는 지하에서 채굴한 석유에서 나왔다는 차이가 있다. SAF는 결과적으로 대기 중 CO₂ 순증가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유나이티드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나이티드는 현재로서는 기존 항공유를 계속 쓰면서 Heirloom 기술로 CO₂를 포집해 저장하는 방식이 SAF 생산보다 비용 면에서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SAF 생산에는 고가의 수소 생산과 CO₂ 결합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일리 책임자는 Heirloom 방식의 탄소제거가 전통적인 자연기반 상쇄 수단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연 기반 상쇄는 지속성과 측정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우리는 정량화 가능하고 감축 효과가 확실한 방법을 원한다”고 말했다.
창은 세 건의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UAV의 “투자 적정 범위는 500만~1,000만 달러이고, 많게는 1,500만 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단기적으로는 Heirloom 투자가 배출 저감에 핵심적이지만, 유나이티드의 장기 과제는 결국 SAF 조달에 있다. 유나이티드는 2024년 기준으로 1,400만 갤런의 SAF를 사용했는데, 이는 총 연료 사용량의 0.3%에 불과하다. SAF 가격은 기존 항공유의 3~4배에 달해, 사용 비율을 늘리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창은 “SAF 산업의 확장이야말로 항공업계가 넘어야 할 최대의 장벽”이라며,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Twelve와의 협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이 스타트업은 최근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에 SAF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8,3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공장은 올해 생산을 시작해 연간 5만 갤런의 SAF를 생산할 예정이며, 생애주기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90% 줄일 수 있다고 유나이티드는 밝혔다.
라일리와 그녀의 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SAF 세액공제 조항, 특히 갤런당 35센트를 지원하는 45Z 청정연료 생산세액공제 설계에 직접 참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IRA의 향후 존속 여부는 불확실해졌고, 항공업계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그럼에도 라일리는 낙관적이다. 지난해 설립된 SAF 연합(SAF Coalition)에는 석유 메이저, 스타트업, 노동조합, 농업계 등 약 60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모두 45Z 조항의 지속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흥미로운 점은 SAF 공장이 세워지고 있는 지역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 지역이라는 겁니다. 기후 정책에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곳이 실제로는 산업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죠.”라고 라일리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