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전력 구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일부에서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이번 정전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정전은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전력 사고 중 하나로, 산체스 정부가 지난 7년간 성과로 내세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개혁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산체스는 “2018년부터 수립한 에너지 로드맵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며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미래이자 재산업화를 위한 유일하고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단 5초 만에 스페인 전력의 60%에 해당하는 15GW가 사라지면서 연쇄적으로 다수의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었고, 전력망 운영기관은 이를 막지 못했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인 국민당의 페이호 대표는 “아무런 결정적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고 어떻게 단언하느냐”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현재 조사 중이며, 원인 규명에는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산체스 총리는 정전 발생 당시인 4월 28일, 스페인의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평소보다 낮은 약 70%였으며, 특히 태양광 비중은 예외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단순하게 흑백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훨씬 복잡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에는 가스나 원전처럼 대형 터빈이 지속적으로 회전하면서 전력을 안정시키는 ‘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한다.
산체스는 이에 대해 태양광 발전도 시스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며, 현재 스페인 태양광 시설의 절반은 해당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이 전력망에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규제 당국과 전력망 운영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 전력망 대비 재생에너지 투자 비율이 가장 낮다. 지난 5년간 재생에너지에 1달러를 투자할 때 전력망에는 평균 30센트만 투자한 반면,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70센트에 달한다.
또한 스페인은 2027년부터 자국 내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정전으로 원전 수명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산체스는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재생에너지 과잉이나 원전 부족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과학적 증거나 실증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